2022-04-11
  • IQ의 시대는 가고 메타인지의 시대가 온다
  • 어릴 때 공부머리는 따로 있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IQ(Intelligent Quotient 지능지수)가 좋을수록 공부를 잘 한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는 IQ가 높다’, ‘천재는 공부를 잘한다’ ‘나는 천재가 아니다’ 와 같은 논리에 수많은 보통 사람들은 스스로 머리가 나빠 공부를 못한다며 타박하고 좌절했다. 혹은 낮은 IQ 점수를 받아들고 ‘나는 머리가 나쁘니까 공부를 못한다 그래서 공부하기 싫다’고 단정짓고 자신에 맞는 공부법을 찾기보다는 아예 공부를 포기해버리고 만다. 

    IQ의 시대는 가고 메타인지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IQ가 나빠 공부 못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것이다. 1970년대 메타인지라는 용어가 등장한 후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메타인지와 학습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어왔다. 『메타인지 학습(Metacognition Learning)』 등 전문 학술지가 만들어질 만큼 관련 분야의 연구성과가 축적되면서 학습 현장에서 메타인지 이론을 적용한 학습법이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메타인지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면 상황이 바뀌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힘이 생기게 된다. 네델란드 라이덴대학교 마르셀 베엔만(Marcel Veenman) 교수는 KBS 다큐멘터리 ‘전교 1등은 알고 있는 공부에 대한 공부’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25년여간 연구한 결과 메타인지가 IQ보다 성적을 더 잘 예측하는 변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IQ가 성적과 관련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성적을 설명해 주는 변수로 IQ가 25%정도 라면 메타인지는 40%까지 설명을 해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선천적인 IQ와 달리 메타인지는 후천적인 훈련을 통해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다. 베엔만 교수는 “IQ는 오랜 

    시간 훈련을 한다고 쉽사리 나아지지 않지만, 메타인지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IQ는 고정되어 있다면, 메타인지는 유연하다는 의미다. 어떻게 가능할까. 답은 뇌의 신경가소성에 있다. 신경가소성(神經可塑性, neuroplasticity)이란 학습, 기억 등으로 신경세포와 뉴런이 자극받아 반응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성질을 말한다. 마치 유연한 플라스틱처럼 성형성과 순응성이 유연해 외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체험을 통해 스스로 변해가는 선천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뇌는 유아기가 지나면 더 이상 변화가 없다고 믿었지만, 20세기 인지과학이 발전하면서 뇌는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유년기에 학습능력이 가장 왕성하지만, 성년기, 노년기에도 뇌는 끊임없이 자극을 받아들이고 이를 유지해나가는 성질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경험에 반응하며 스스로 재설계할 수 있다. 학습은 신경세포가 연결하는 길이가 변하고, 또 뉴런의 연결이 더 많이 늘

    어나거나 줄어드는 정도에 따라 새로운 신경세포를 형성할 수 있다. 즉, 신경가소성은 학습과 깊은 관계가 있다. 어떤 자극을 뇌에 보내느냐에 따라 변화하는 뇌의 특징을 이용한다면 학습의 효율을 좌우할 수 있다는 논리다. 

    미국 뉴욕대 신경과학센터 스티븐 플래밍 박사는 뇌 구조와 자기성찰 능력 간에 상관관계가 깊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10년 사이언

    스에 발표한 논문 ‘뇌 구조의 개인적 차이가 성찰의 정확성에 미치는 영향(Relating introspective accuracy to individual differences in brain structure)’에서 그는 뇌가 스스로 분석하고 자기 성찰을 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자신이 아는지 모르는지를 생각하는 능력, 즉 한 차원 높은 인지 능력이 바로 메타인지 능력이라고 했다. 플래밍 박사는 그 능력이 개인별로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메타인지 능력의 차이가 뇌 구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메타인지’라는 개념은 하늘에서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철학자들이 ‘너 자신을 알라’고 널리 말

    했던 것처럼 스스로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안다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깨닫고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메타인지는 과거로부터 있었던 지식체계의 방법을 새롭게 정의한 것이다.1970년대 이후 메타인지는 복합적인 현실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었다. 여기에 1990년대 이후 뇌를 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는 기술(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의 발전에 힘입어 인지과학의 발전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베일에 쌓여있던 뇌의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에 힘입어 최근 메타인지를 기반으로 한 학습법의 효율성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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