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인지 능력을 훈련하는 첫 단계는 실수에서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를 제출하고 곧바로 답을 알려주기보다 반복해서 자신의 실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학습효과가 향상된다. 단어를 듣고 받아쓰기를 하는 시험을 예로 들어보자. 단어를 들려준 후 교사가 곧바로 답을 알려주는 대신 다시 듣고 답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학습법이다. 학생이 스스로 정답을 맞출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게 되면 정답을 곧바로 확인한 학생보다 400배 이상 학습효과가 높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요즘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 높은 학습법이 있다. 완전학습법이다. 특정 학년의 학습 내용을 완전히 알 수 있도록 학습시킨 후 다음 학기 또는 다음 학년의 학습 내용을 공부하는 학습법이다. 이 방법은 독서에서 속독법과 비슷한 학습법이다. 자칫 학생이 공부를 할 때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뇌의 착각에 속아 자신의 지식으로 흡수하지 못하게 된다.
메타인지 훈련 측면에서 볼 때 완벽하게 알지 못하더라도 모르는 문제에 부딪치면 스스로 모른다고 깨닫고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효과적이다.
보이지 않는 뇌의 활동인 기억을 실험연구 대상으로 개척한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1850-1909)는 기억이란 협소하고 수동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무의미하고 단편적인 기억은 쉽게 잊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빨리 사라지는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반복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학습을 위해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암기가 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공부한다면 오히려 인간의 뇌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프레더릭 바틀릿(1886-1969)은 기억의 능동적인 작용을 밝혀낸 인지심리학자다. 그는 스키마(Schema)라는 개념을 도입해 기억 과정을 설명했다. 스키마는 개인마다 고유한 문화나 역사 등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유하게 만든 도식이나 고정관념을 의미한다. 스키마란 수용자가 자신의 경험을 자의적으로 조직화하는 과정과 프레임을 말한다. 한번 구성된 스키마는 다른 경험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에도 사용한다. 스키마는 인간이 어떤 것에 대해서 비상한 기억력을 발휘하면서 특정 부분은 전혀 기억해내지 못하는지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인간은 어떤 정보를 기억하기 위해 그 정보를 이미 가지고 있는 스키마에 맞춰서 재구성하게 된다.
스키마는 에습 과정에서 구성하게 되는데 이후 스키마를 통해 반복적으로 습득하는 정보는 더 효과적으로 기억하고 활용하게 된다. 제대로 된 학습이란 이미 학습을 하면서 형성된 스키마를 떠올려 빠진 부분에 연결하지 못한 정보나 개념이 있는지를 찾아서 이어주거나 잘못 연결된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 바로 고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메타인지 공부법이다.
문제지를 많이 풀고 예습, 복습도 열심히 하는데 왜 우리 아이는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 문제 해결 과정에 오류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같은 문제를 푸는 데 왜 우리 아이만 자꾸 틀리는 걸까. 문제를 푸는 데 틀리는 이유는 대부분 기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에 적절한 스키마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오류를 저지르지 않으면 시험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답은 아직 ‘노(No)’다. 개념을 제대로 이해한다고 해서, 혹은 학습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읽고 암기한다고 해서 시험지를 받아드는 순간에 기억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잘 정리된 교재로 학습 내용을 암기한다면 장기기억으로 보관되지 않는다. 많은 학생들이 요점 정리식 개념 학습을 선호한다. 이유는 뇌가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생각을 연결하려는 노력을 멈추고 만다. 다만 반복해서 읽어 암기를 하려고 한다. 물론 단기적인 성적 향상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 초치기와 같은 방법으로 시험 전날 외워서 시험을 보면 될테니 말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기억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답은 어디에 있을까. 논리적인 서술식 설명이다. 스스로 논리적인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를 개념과 연결해 자신만의 개념적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스키마를 만들기 위해 뇌가 집중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얻은 지식은 오래 유지가 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훨씬 더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