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ㅣ이치우의 ‘차이나는 입시 클라쓰'
정시의 세계, 표준편차가 뭔가요?
2021학년도 수능을 치른 고3 수험생의 어머니가 정시 상담에 혼자 왔다. 정시 가나다군 중에서 1곳은 안정 지원하고 나머지 2곳은 상향 지원을 하려 한다며 ㄱ대학 ㄴ학과가 안정권인지 물었다.
어머니는 학교와 학원 등에서 받은 정시 상담 내용을 확인하고 싶어 했다. 올해 수능 결과의 특징과 학생이 받은 성적의 유불리 분석, 목표 대학 입시요강, 대학별 환산점수, 예비번호, 추가 합격, 경쟁률 등 정시 지원 주요사항을 설명하고 가나다군 대학 1곳씩을 추천했다. ‘인 서울’ 대학 안정권이라는 말에 학생의 어머니는 만족해하며 최초 합격이 가능할지 물었다. 1차 추가 합격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자 다소 불안한 기색이 엿보였지만 정시 최초 합격자는 대부분 다른 군으로 이동한다고 하자 이내 안심했다. 정시 상담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정시 지원은 수능 성적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수반되지 않으면 결과가 예상과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수능 영역별 점수를 단순히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대학별 반영식에 따른 환산점수로 진학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영역이 어느 정도 반영되는지, 영어 등급이 불리한지, 탐구 영역의 선택과목 간 유불리를 보정한 변환 표준점수로 만회가 가능한지 등 대학별로 환산되는 수능 점수로 목표 대학에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2022학년도 수능 점수 체제는 영역별로 원점수,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으로 구분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제공하는 실제 수능 성적표에 원점수는 기재되지 않는다. 수능 영역 중에서 국어, 수학, 탐구(사탐/과탐)는 상대평가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점수가 모두 표시되지만, 영어,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절대평가 원점수 기준 등급만 표시된다.
원점수는 응시 영역에서 맞힌 문항의 배점을 모두 더한 점수다. 국어, 수학, 영어는 100점 만점이고, 한국사, 탐구, 제2외국어/한문은 50점 만점이다. 표준점수는 자신의 원점수가 전체 응시자 평균 성적으로부터 떨어진 거리를 표준편차를 이용해 나타낸 점수를 말한다. 시험의 난이도와 응시 집단의 수준을 고려해 표준화한 점수이다.
여기서 표준편차란 평균을 중심으로 얼마나 퍼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표준편차가 작은 것은 평균값 주위의 분산 정도가 작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즉 평균이 낮고, 표준편차 값이 작은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에게 유리한 점수 지표다.
국어와 수학의 경우 표준점수 평균 100, 표준편차 20 기준으로 산출해 200~0 범위로 표준점수가 나타나고, 탐구는 표준점수 평균 50, 표준편차 10 기준으로 산출해 100~0 범위로 산출된다.
백분위는 응시 영역에서 자신의 위치를 100~0으로 산출한 점수다. 자신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전체 응시자 중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상위 퍼센트(%)의 거꾸로 개념이다. 영역별 석차 기준이기 때문에 시험이 어렵게 출제된 과목에서 상대적인 등수가 높은 경우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등급은 표준점수를 기준으로 산출하는데, 국어, 수학, 탐구 영역은 표준점수를 기준으로 상위 4%가 1등급, 11%가 2등급, 23%가 3등급, 40%가 4등급에 해당되고 이후로 100%가 9등급이 된다.
절대평가(원점수 기준)인 영어는 90점 1등급, 80점 2등급, 70점 3등급, 60점 4등급 등 10점씩 낮아져 9등급으로 구분된다. 제2외국어/한문은 45점 1등급, 40점 2등급, 35점 3등급, 30점 4등급 순이며, 한국사는 40점 1등급, 35점 2등급, 30점 3등급, 25점 4등급 등 5점씩 낮아져 9등급까지 표시된다. 평균, 표준편차, 등급은 학교생활기록부 교과학습 발달상황에도 표시되는 용어이다.
정시 지원을 위한 수능 점수 분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목표 대학의 정시 합격 가능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최종 환산점수가 산출되기까지는 몇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특히 대학별로 환산되는 전형 점수를 이해하려면 정시 모집요강에서 정시 전형 방법을 알고 점수 계산 과정을 직접 경험해야 하는데, 조금 어려운 부분이다.
지원하려는 대학이 한두 군데라면 직접 계산해볼 만하나, 지원 고려 대상 범위가 넓어지고 대학에서 발표한 탐구 과목의 변환 표준점수표를 활용한 점수 계산까지 포함하게 되면 매우 복잡해진다. 이쯤 되면 교육방송(EBS), 교육청, 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만든 대학별 환산점수 산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다만 대학별 환산 프로그램을 이용하더라도 자신의 수능 영역별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목표 대학의 계산 방식에서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직접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목표 대학 한두 곳만이라도 대학별 전형 계산에 따른 환산점수를 산출해보면 프로그램을 통해 나온 자신의 점수가 맞는지 틀리는지, 배치점수에 비해 자신의 성적이 왜 유리하거나 불리한지를 알 수 있다.
이때 정시 요강 자료에서 표준점수와 백분위 같은 수능 활용지표, 영역별 반영비율, 가산점(수학가형, 과탐 등), 영어 등급별 환산점수표, 탐구 과목 변환 표준점수표를 확인해야 한다. 정시의 희비는 소수점으로 갈린다. 눈치 싸움은 그다음이다.
출처 : 한겨레신문 <이치우의 차이나는 입시클라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