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 없애려다 걱정거리 만들어…
입시설명회 행간을 읽어라
이치우 ㅣ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
2019년 6월6일 오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대입 설명회에서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코로나19는 대학 입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올해 예정된 입시 설명회가 제대로 개최된 경우는 거의 없다. 생활 속 거리두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합 설명회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응책으로 고교, 대학, 입시기관 등에서는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입시 설명회를 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아직은 낯선 비대면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는 것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고교와 대학, 입시기관의 누리집, 유튜브 등에서 온라인 설명회를 접할 수 있고, 맞춤 입시정보를 구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 개학 때 활용한 화상회의 시스템 줌(Zoom)을 도입해 강의는 물론, 질문과 답변이 실시간으로 자유롭게 오가는 쌍방향 온라인 설명회를 시도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오프라인 설명회가 축소되면서 온라인 비대면 설명회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입시 설명회의 주최 측은 고교, 대학, 지자체, 입시기관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다. 재학생 학부모를 위한 학교 설명회는 주로 학교가 속한 지역과 학교 교육 환경을 기반으로 고교 범위에서 준비한 입시 자료를 활용한다. 입시정보를 제공하고 나서 학급별로 학부모와 간단한 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지역 교육청, 지역 진학지도 교사회 등을 통해 공유한 방대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지난 입시 결과를 분석하고 대학별 입시 변화에 대한 강의를 하는 인지도 높은 진학 전문 교사가 학교 설명회 강사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학교 설명회는 누적된 진학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고교 학생들의 실제 입시 결과를 예로 들기 때문에 재학생 학부모는 현실적으로 와닿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최근에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입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해당 학생의 교과, 비교과 등 학교생활을 기록한 학생부를 작성하는 교사가 진행하는 학교 설명회와 상담은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대학 설명회는 단독 또는 대학들이 연합하는 형태로 주최한다. 대학별 입시 설명회는 수험생이 희망하는 대학 학과를 중심으로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전형 방법과 입시 결과를 듣고 정리할 수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설명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대학에서든 합격과 불합격에 대한 확신을 주지 않는 만큼 강사가 강조하는 부분에서 행간을 읽어야 한다.
학종을 준비하는 경우 대학 설명회에서 정보를 얻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학생부의 전형요소 중에서 어떤 항목을 중점적으로 보는지,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입시기관이 주최하는 설명회는 맞춤 정보를 얻기보다 올해 입시의 전체적인 흐름과 과거 입시와는 달라진 정책 방향을 이해하고 큰 틀의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다만, 입시기관의 설명회는 대규모인데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 아이와는 상관없는 정보가 90% 이상일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설명회에서 두세 시간 동안 들은 얘기 중에서 정작 학생에게 도움 되는 내용은 많지 않고 홍보자료만 잔뜩 가지고 돌아올 수 있다. 입시기관의 설명회는 정시모집에 최적화돼 있다. 국가에서 주관하고 전국 단위로 치러지는 모의 수능시험 결과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한 배치 점수 자료를 통해 학생이 받은 수능 점수로 희망하는 대학 학과에 합격이 가능한지를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수능의 난이도와 성적 분포에 따른 지원 경향을 예측해보고 정시 가, 나, 다군 세 번의 지원을 결정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사례를 살펴보자. 수시 학생부 전형을 준비하는 ㄱ 학생의 부모는 온라인 입시 설명회에서 결정적인 정보를 얻었다. 고3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을 고려해 희망 대학의 학생부 전형 수능 최저 기준이 탐구 2과목에서 탐구 1과목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학생부 중심으로 입시를 준비해오면서 수능 공부에 대한 학생의 부담이 커서 수능 최저 기준이 있는 희망 대학을 포기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탐구영역이 1과목으로 줄면서 희망이 생겼다. 정시를 위해서는 탐구 2과목을 준비해야 하지만 수시에서는 탐구 1과목이면 수능 최저 기준 과목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학생은 수능시험을 대비해 국어, 영어, 탐구 1과목에 집중하고 있다. 수능 최저 기준만 갖추면 학생부 전형에서 합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반면 올해 입시에 재도전하는 ㄴ 학생의 부모는 지난해 대부분의 입시 설명회에 빠지지 않고 다녔고, 희망 대학에서 온라인으로 실시한 입시 설명회도 챙겨 보았다. 고교와 대학, 지자체, 입시기관 등 수많은 설명회를 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희망 대학에 지원했지만 모두 불합격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합격에 유리한 정보를 수집하고 합격 비결도 알고 있었지만 정작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입시정보가 아니라 공부였다.
설명회는 수험생에게 필요한 입시정보를 얻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직장에 다니는 부모가 애써 시간을 쪼개고 휴가를 내어 설명회를 간다고 해서 족집게식 합격 전략을 얻거나 자녀의 부족한 입시 상황이 극적으로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혹여 불안감을 없애려고 참석했다가 오히려 걱정거리를 더 만들어 오는 경우도 있다. 알고 싶은 정보를 얻기 위해 설명회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맹목적인 믿음과 막연한 희망은 내려놓아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입시에서 불리한 고3을 구제하기 위해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비교과 활동 일부 요소에 한해 3학년을 빼고 1, 2학년 시기의 내용만 보겠다고 밝혔다. 졸업생도 동일한 조건이라고 한다. 또 일부 대학은 고3 재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수시 전형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완화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확정된 입시요강을 7월 중에 발표하기로 했다. 이처럼 대입에서 중요한 정보는 굳이 설명회가 아니어도 뉴스나 해당 대학의 입시요강 자료를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필요하다면 챙기되 입시 설명회가 합격의 지름길이 아니라는 것은 명심하자.